지난 6월, 서울 'COMMON GROUND'에서 'DiiiD Market' 패션 플리마켓 행사가 진행되었다. 여러 분야의 셀러가 모여 방문객을 맞이했고, 무더운 날씨임에도 많은 방문객들은 좀처럼 마켓을 떠나지 않았다. 특히 행사 공간의 초입부터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는 무언가, 강렬한 이미지가 이목을 끌었다.
폭 4.4미터, 높이 2.4미터 규모의 아트 월은 반복되는 검은 원에 신발 사진들이 콜라주 되어 다시 신발 형태를 이뤄 화면이 주목도 높게 구성된 작품이다. 더즈니 작가가 스텐실로 1차 작업을, 그 가운데의 신발 형태에 맞추어 선호탄 작가가 2차 콜라주 작업으로 완성했기 때문에 굉장히 스타일리쉬한 무드가 두드러졌다.
행사 이후 아트 월은 새로이 구성되기 위해 준엄 작가에게 전달됐다. 그리고
Q. 이번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소감은?
S (Sunhotan): DOEZNY 같은 경우에는 평소에 작업이 너무 좋아 눈여겨 보고 있었다. 워낙 자기 색도 강하고 SNS에 기재하는 글만 봐도 자기 표현이 확실한 친구 같아서 진심으로 언젠가 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겨 협업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준엄’ 작가님과는 초기 구상 단계엔 없었으나 나인앤드 측 제안으로 진행되었다. 어릴 적 부터 가구 공예 작가 분들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이번 협업을 계기로 작업실에 우연찮게 방문하게 되었다. 작업실은 내가 알던 미술 작업실과 다르게 스케일도 크고 진짜 멋졌다. 그래서 ‘와’ 하고 감탄했다.
무엇보다 내 작업물이 가구의 형태로 발현 되는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그 언젠가 상상하던 무언가가 현실로 이뤄져서 참으로 기쁘다.
D (Doezny): 이런 점이 협업의 매력이라 생각하는데, 이번 작업에서 자연스럽게 변형되는 작업을 보면서 새로운 파트의 작업 가능성을 봤다.
J (Joonum): 오랫동안 지켜보고 있던 작가들이라 콜라보에 대한 거리낌이 없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이 내 가구에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재미있었던 콜라보 작업이었다.
Q. 각 작가의 기반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S: 내 잠재의식속에 깔린 예술적 기반을 요약하자면 아무래도 ‘기억’ 이다. 무의식적 이든 의식적이든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이 내가 가고자하는 지향점을 가리킨다.
그 기억 속 한 단면을 살펴보면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신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일단 전진 해야한다.’ 란 말이 있다. 내가 작가로써 지향하는 가치인 ‘발전’ ‘어제와 다른 오늘’ 과 같은 키워드를 축약해주는 말이라 좋아한다. 내 작품 세계는 보다 나은 내일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랑이 전부다.” 역시 그 궤를 같이한다.
D: 거리예술, 셰퍼드 페어리, 로비 커넬, 뱅크시,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다큐멘터리), 경고 마크와 거리 표지판, 맨홀
J: 연, 원재료(나무,물,바람,돌 등등), 음악, 감정, 별, 하늘
Borderless Wall / 2023 / Mixed Media on Canvas (Spray and Collage) / 116.8 x 72.7cm
Q. 작업 활동을 주로 이어오던 지역, 도시에서 어떤 영감, 영향을 받아왔나?
S: 근 2년 사이에,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인 ‘수원’ 에 로컬의 색채를 나타내고자 하는 작업들을 여럿 했지만 ‘수원’ 말고도 사실 내게 영감을 준 도시들은 꽤 많다.
한국의 창작 활동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서울’ 은 정말 특별한 도시 인 것 같다. 서울 안에 존재하는 ‘이태원’ ‘신사’ ‘성수’ ‘홍대’ 번화가들이 가진 바이브가 다 다른 것이 내겐 정말 특이하고 특별하다. 경기도민 이라 서울시 안에 사는 사람들보다 3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재밌고 한 도시에 각자 다른 바이브를 갖고 있는게 내겐 참 많은 영감을 준다.
D: 서울, 도시의 도로표지판, 서울의 낮색과 밤색
J: 미국(필라델피아,뉴욕 등등) 한국(서울 경기 등등 전지역). 한국과 미국, 도시와 자연,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문화와 역사적 맥락의 다름에 대해 공부한다. 그리고 자연에서 얻은 색감과 감정, 느낌들을 담아내면서 전통적인 기법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Q. 각자가 고수하는 작업 방식이 있나?
S: 작년부터 작품에 최대한 나타내고자 하는 건 ‘간결함’ ‘핵심’ 같은 것들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엔 기존에 보여주었던 표현 방식을 살짝 바꿔서 더 심플하게 작품들을 완성했다. 딱 작품을 봤을때 ‘아 이런 얘기를 하고싶구나’ 가 잘 전달 됐으면 한다.
D: 스프레이 스텐실과 풀반죽으로 포스터를 도배하는 위트페이스트, 콜라주. 최근에 거리의 소음을 재조합 하는 엠비언스 사운드 트랙을 제작하는데 관심을 가지는 중이다.
J: 레진과 원목의 조합, 레진 그 자체의 물질적 특성을 이용해 작업에 좀 더 변화를 주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Q. 이번 협업 작품에는 각자 어떤 의도를 담았나?
S: 이번 작업은 최종형태가 신발장으로 나타났듯이, ‘신발’이 핵심적인 메시지로 들어가 있다.
‘디드’ 라는 편집샵은 ‘수원’ 이라는 도시를 향한 로컬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런 ‘디드마켓’ 이 시즌 최초로 서울에서 진행을 했다. 그래서 모두 수원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나와 서울 기반 아티스트들의 콜라보를 원했고, 그 과정에서 한국 여기저기를 활보하고 태깅하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더즈니가 생각났다. 수원이 아닌 서울을 향해 스토리를 전개하며 더즈니를 만나 우리들이 좋아하는 무언가로 태깅한다는 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주된 메시지였다. 그렇게 협업이 진행됐고 의견 충돌 없이 아주 속행되어 즐거웠다.
신발장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는 나인앤드 측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었고, 곧장 현실화 되어 신기했다. 역시 추진력이 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꾼다 라는 말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통해 스니커즈 씬의 무언가를 표현하려던 차에 신발장으로 최종 형태가 구현되어 너무 좋았다.
협업한 작가들 각자 의도가 디테일하게 다를순 있으나 그 궤는 비슷할 것 같다.
D: 신발을 위한 디자인이었고 최종 변형까지 신발을 위한 작업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에 집중하고 깊게 들어가 그 대상을 즐긴다는건 아무나 느낄 수 없는 특권이다. 그 모습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주제를 포커스했다.
J: 가벽 설치부터 철거까지의 그 과정 중에 나오는 모든 재료(부품)들을 사용하고 싶었기 때문에 초반 부터 고민이 많았다. 설치와 해체는 어떻게 할것인지, 행사 중에 문제는 없을 지, 해체 이 후 가구는 어떤 디자인이 될지, 그 디자인을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가벽 설치 과정에 다 들어 있는지 등에 대해 생각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조금 복잡했다. 결국에는 원했던 메인 보드(다른 작가 분들의 작품이 들어있는 부분) 부분들과 가구 조립 때 사용한 볼트 갯수까지 설치와 해체 그리고 다시 가구로 만들어지는 과정안에 딱 맞게 되서 너무 뿌듯했던 작품이다.
간략히 진행과정을 얘기하자면
1. 가벽 설치전 컴퓨터 3D 파일로 가벽에 작가님들의 작업이 어떻게 들어갈지 시뮬레이션 진행.
2. 그 이후 어떤 가구가 작가님들의 작품중 어느 부분으로 만들어질지 디자인.
3. 처음 가벽 설치후 더즈니 작가님의 작업.
4. 선호탄 작가님의 콜라주 작업이 진행.
5. 모든 벽을 철거후 디자인 대로 재단후 뒷면을 제외한 모든 외관에 레진으로 작가님들의 작품에 깊이감 을 줌과 동시에 영구 보존이 되도록 레진 작업.
6. 상판은 나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수 있는 너무 화려하지 않지만 깊이있는 우주를 레진으로 표현하여 완성.
Q.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며 어려웠거나, 고민이 많았던 지점이 있었다면?
S: 악천후 같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어찌할수 없는 불가항력 적인 지점이 어려웠다. 그 나머지 모든 소통 방식이나 조율 같은건 막힘없이 잘 진행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즐거웠다.
D: 팀원과 함께 벽화작업을 진행하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온전히 즐기면서 한 작업이기때문에 특별히 고민이 있진 않았다.
J: 벽 설치할때 썼던 재료 이외의 재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가구를 제작하고 싶어서 볼트 갯수 부터 다른 모든 재료들의 치수 등등 신경 써야 할게 많았다. 뿐만 아니라 설치때 볼트가 박히는 위치 까지도 신경써야 나중에 가구로 만들 때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시작 전부터 구조를 만드는게 가장 까다로웠다.
Q. 반대로, 가장 기대했던 점은?
S: 기대했던 점은 위에 언급했듯이 시너지이다, ‘더즈니’ ‘준엄’ 두 작가분들 모두 정말 최선을 다해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으로 보람찬 기억이 있다. 중간에 예기치 못한 애로사항도 있었고, 각자 스케줄도 타이트했는데 큰 펑크 없이 진행된 것도 좋았다. 전반적으로 기대하고 상상했던 방식들이 다 현실화 되어 좋았다.
D: 신발을 주제로 작업한 벽화를 재단해 신발을 위한 가구를 만든다는 프로젝트 자체에 매력을 느꼈다. 이번 협업은 유니크한 무언가 만들기를 시도한다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가치가 있다. 그 점이 이번 작업의 내 역할을 마치고 마지막 작업을 지켜보며 흥미를 느끼게한 요소다.
J: 기대 했던점은 모든 준비에 아무런 문제가 없기를 기대했고 완성작을 만들어가며 볼때는 실제 결과물이 눈에 보였 으니 준비했던 과정에 문제가 없는것에 너무 뿌듯했습니다.
Q. 협업 과정에서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S: 작품을 직접 준비 할수 있는 기간이 3일 정도 주어졌는데, 그 기간 동안 참으로 애매하게 비가 많이 왔다. 비가 확 많이 왔으면 그냥 비가 많이 왔다고 말했을 텐데, 첫날엔 비가 아침에만 오고 저녁엔 안 오길래 내일은 걱정 없겠거니 했지만 다음날 오전에는 꽤 많이 왔다. 그리고 집에 갈때 즈음에 또 비가 오더니 다음 날 한낮엔 숨도 못쉴정도로 더웠다. 그리고 저녁엔 진짜 폭우처럼 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마지막 날엔 불안해서 새벽 2-3시 까지 작품을 확인 했던 것 같다.
매번 비 바람이 많이 몰아쳐서 에로사항이 많아 끝까지 보수를 진행했다. 스스로도 이번에 야외 작업에 대한 취약점을 많이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 였다.
D: 우리가 동시에 벽에 작업한 적은 없다. 하루하루 세명의 아티스트를 따로 만나고 손을 타면서 변형되어간다는 작업과정에 흥미를 느꼈다.
J: 가벽을 나중에 가구로 변화 시키려는 이번 콜라보 작업 특성상 일반적인 가벽 설치 때와는 다른 과정으로 벽을 만들었기 때문에 혹여나 구조적으로 약하지 않을까, 비가 오진 않을까 라는 걱정이 조금 있었다. 다행히 비도 안왔고 일반 가벽 설 치하는 방식 보다도 더 튼튼하게 만들어져서 다행이었다.
Q. 마지막으로, 나와 다른 타인과 함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S: 나는 인간이 가진 최고의 능력 중 하나가 사회를 구성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상엔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지만 인간은 유독 남과 협력하고 집단을 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 크게 번성한 종족이지 않나 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인간 우월주의 같은게 내 신념은 절대 아니지만 그 만큼 우리가 가진 탤런트이기에, 타인과 함께하며 시너지를 얻는게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린 혼자서 살아갈수 없다.
내겐 혼자가 아닌 누군가들이 나와 함께 해줄 때 비로소 힘을 더욱 얻는 것 같다.
매번 비 바람이 많이 몰아쳐서 에로사항이 많아 끝까지 보수를 진행했다. 스스로도 이번에 야외 작업에 대한 취약점을 많이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 였다.
D: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아티스트가 만나 한 작업을 하는건 사실 굉장히 예민하고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나의 경우엔 협업에 관해 굉장히 보수적인데 조금이라도 내 작업 방향에 맞지 않거나 스토리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어렵다. 내 작업이 상대 아티스트의 생각이 결합된 결과물의 염상이 윤곽이라도 떠올라야 피지컬 작업까지 갈 수 있는 것 같다.
J: 다른 재료에 대한 탐구를 해볼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예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 같은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그 생각을 공유할때 좋은 시너지를 느끼고 사물을 보는 관점을 통해 다름을 배운다.
협업에 참여한 작가 3명은 거의 모든 질문에 각기 다른 대답을 하였다. 본인이 지닌 기반과 역량에 따라 작업의 의미도 조금씩은 다르게 해석되었다. 물론 대개의 예술가들이 그렇듯 그들의 방식대로 계속 성장하고 변화할 예정이지만, 어디에 서 있든 바로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각자가 고유할 것임은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협력, 협업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만의 기반이 확고한 동시대 예술가들이 함께함에 주저하지 않다는 건,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나온다는 뜻의 밝은 신호다. 그러나 과정만 아름다운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자 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방식이다. 준엄 작가의 말을 가져오자면 볼트 개수 마저 계속 확인하며 최종 결과물의 시각적인 미감까지 책임지며 완성할 자세가 작업 태도의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 추후 작업을 직접 경험하게 될 이는 선호탄, 더즈니의 이미지를 분해 후 입체적으로 결합한 모습 뿐 아니라 섬세하고 정확하게 라인을 따라 칠해진 곡선과 높은 밀도의 콜라주, 색색의 별들을 눈으로 겪으며 분명 즐거울 것이다.
창작에 대한 열기와 타인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으로 이루어진 이번 협업에서
Artist | Sunhotan (@sunhotan), Doezny(@doezny), Joonum(@classicdesigner)
editor | bvoid (@the_bvoid)
이미지 제공: Sunhotan, Doezny, Joon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