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COPE l Seo Minji "존재했음에도 잊혀 없어지는 순간들"
2024 MESS:SEOUL에서 bvoid는 일러스트레이션, 회화, 공예 영역에서 떠오르는 예술가 7인을 소개합니다. 다채로운 작품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몰두하며 미술품 소장과 향유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과 함께 bvoid가 제시하는 유의미한 큐레이션을 경험해 보세요. 당신의 미술 취향을 '디깅'할 수 있는 여섯 번째 아티스트, 서민지 작가를 소개합니다.
left right left right, 2022, Oil on canvas, 53x40.9cm
“‘현재’라는 지금 이 순간을 천천히 음미하며 현재 이곳에 존재함을 실컷 느끼고 즐기고자 한다."
이 순간들을 화면 속에 계속 그린다는 건, 한편으로는 그 순간 속 존재와 그의 시간을 인정해 주기 위함이 아닐까.
늘 그 자리에 있는 자연 풍경처럼 화면 속 인물들 역시, 그들의 순서에 맞는 자리에서 풍경처럼 공간을 메우고 있다.
자연 풍경을 감상하듯, 그들의 모습을 풍경으로 화면에 담는 것은 인정과 같은 맥락의 행위이다. - 서민지 작가노트 중
서민지 작가는 자연 풍경을 감상하듯 사람들의 모습을 풍경으로 화면에 담아내며, 우리 존재에 대해 갖고 있는 연민을 간혹 유머로 담아내기도 하면서 삶이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작품으로 표현합니다.
Fullhouse, 2024, Guache, colored pencil on paper, 53x33.4cm
Q. 간단한 작품 제작 과정 설명 부탁드려요.
핸드폰 사진첩을 다시 둘러보다가 조금 더 오래보게 되는 (마음이 가는) 이미지를 선택하여 그리기도 하고, 머릿속에 어떠한 이미지를 떠올린 후 그 이미지에 맞게 참고할 사진을 직접 찍고, 우선 디지털로 대략적인 화면 구성과 색감을 설정한 이후 작업에 들어갑니다.
Q . 작가님께서 사용하시는 재료의 특성이나 기법에 대한 작가님의 소견이 있다면?
저는 디지털로도 작업하고, 직접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데요. 이전에는 주로 유화 물감을 사용했다면 최근에는 수채 과슈, 색연필을 사용하여 그리고 있습니다. 우선 최근에 재료를 바꾼 데에는 이전 재료에 대한 답답함(?)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학부 때부터 계속 써오다 보니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전히 까다롭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기름을 사용하니까 어느 정도 색을 올리다 보면 색이 서로 섞여 탁해지기도 하고, 또 말렸다가 다시 그림을 그리려면 흐름도 깨졌거든요.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는데 예전에 사놨던 과슈로 한번 다시 시도해 봤다가 꽤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수성 물감이다 보니 손에 묻어도 물로만 휙 닦으면 되니까 조금 더 자유롭게 붓 이외에도 손으로 두들긴다든지 할 수 있더라고요. 또 금방 말라서 작업하기에도 용이하고요. 물감으로 색을 올리고, 묘하게 푸른빛이 필요하다든지 하면 색연필을 이용하는데요, 그러다 보면 종이의 표면에 집중하게 되고, 종이의 올 사이 사이에 색연필로 살살 색을 채워 넣다 보면 아무래도 그림과 제 사이가 가까워지고, 조금 더 섬세하게 작업할 수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그림 하나에 정성을 들이는 게 제 성미에 맞는 것 같아서 현재는 이런 재료들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옥수수 사랑/옥수수, 2024, Guache, colored pencil on paper, 21x30cm
Q. 이번 출품 작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위에 언급한 것처럼, 아무래도 재료를 바꾸면서 조금 더 작업이 섬세해졌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이전 작업들에서 변화된 분위기를 조금 더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Q. 작가님의 작업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별한 작업 철학이 있지는 않고, 나답게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는데요, 사실 또 생각하다 보면 '나답다'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저를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업 시작 전에 '이거 그려도 될까?', '이전 그림들이랑 어울리나?'라는 생각을 하기보단 일단 그리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을 그리고 나서 그다음에 생각하자라는 편입니다. 지금 당장은 이전의 작업들과 안 어울릴지라도 그 그림을 그림으로써 다음에 전개될 수 있는 부분이 생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생각하는데 시간을 쓸 바에야 차라리 일단은 그리자'라고 자주 생각합니다.
내 자리, 2023, Oil on canvas, 40.9x53cm
Q. 예술가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작업들은 일상에서부터 가져와 그려지는 것이고, 또 저는 제가 사는 이 시대 혹은 삶이 제 그림에 담겼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우리 존재에 대한 연민을 갖고 있어서요.
간혹 유머를 담아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제 작업에 담긴 제 시선에는 삶이나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을 보고 공감을 느끼거나 따뜻한 감정을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작업 활동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꾸준히 계속 그려가는 것입니다!
Artist | Seo Minji (@seo.min.ji)
Editor | bvoid (@the_bvoid)
이미지 제공: Seo Minj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