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COPE l Minzo King "껴안음의 순간들"
2024 MESS:SEOUL에서 bvoid는 일러스트레이션, 회화, 공예 영역에서 떠오르는 예술가 7인을 소개합니다. 다채로운 작품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몰두하며 미술품 소장과 향유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과 함께 bvoid가 제시하는 유의미한 큐레이션을 경험해 보세요. 당신의 미술 취향을 '디깅'할 수 있는 첫 번째 아티스트, 민조킹 작가를 소개합니다.
Your body is a wonderland, 2019, colorpencil on paper, 14.7x21cm
“그림 안에는 남녀 둘만의 은밀하고 사적인 시간, 뜨거운 사랑의 감정으로 나누는 껴안음의 순간들이 있다.”
민조킹 작가는 남녀가 방 안에 들어가는 순간, 외부의 모든 것들로부터 완전히 차단되며 펼쳐지는 둘만의 은밀하고 사적인 시간과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 보며 뜨거운 사랑의 감정으로 나누는 껴안음의 순간들을 그림 안에 담아냅니다. 쾌락만을 위한 육체적인 행위가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섹스는 더럽고 음침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놀이이다’ 라는 점을 기저에 두고 작품을 그려냅니다.
sweet hug, 2020, colorpencil on paper, 21x14.7cm
Q. 간단한 작품 제작 과정 설명 부탁드려요.
가장 최초의 스케치는 대부분 아이패드로 작업합니다. 컬러가 없는 라인 드로잉 작품의 경우는 디지털 스케치를 참고하여 종이에 한 번에 그려 내는 방식으로 인위적이지 않은 몸의 라인을 살리는데 중점을 두어 작업합니다. 대부분 콩테나 색연필, 검은색 잉크 등 그때 그때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도구를 사용하여 그리며 원하는선의 느낌이 나올 때까지 여러 장에 그려낸 후 가장 저의 마음에 드는 작업만 남기는 편입니다. 컬러가 있는 작품의 경우도 디지털로 컬러 선정까지 패드로 완벽하게 마친 후 종이에 옮기는 편입니다.
Q. 작가님께서 사용하시는 재료가 무엇인지, 또 그 재료의 특성이나 기법에 대한 작가님의 소견이 있다면?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하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색연필, 콩테, 마카, 아크릴 물감 등의 재료를 선호합니다. 출품작은 콩테와 색연필을 사용한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라인 드로잉은 우연한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재료마다 표현되는 라인의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스케치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 도구를 즉흥적으로 선정하여 작업하려고 합니다. 유성 색연필의 경우 빽빽하게 칠했을 때의 질감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we are ready, 2020, acrylic on paper, 15.7x22.5cm
Q. 이번 출품 작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그림 속 남녀의 얼굴이 잘려 있거나 표정을 확인할 수 없는 각도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 의도한 부분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하게끔 하고자 함이며 표정의 표현을 최소화함으로써 행위 자체에 몰입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present, 2021, colorpencil on paper, 21x14.7cm
Q. 작가님의 작업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쾌락만을 위한 육체적인 행위가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섹스라는 행위 자체에 늘 사랑이 수반되는 것은 아니지만 제 작업은 ‘섹스는 더럽고 음침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놀이이다’라는 점을 기저에 두고 있습니다.
시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부부일 수도 있으며, 그림 속 인물의 개인적 취향(인테리어나 패션 등)이나 성적 취향까지 고려하려고 합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BDSM을 주제로 한 전시를 했을 때도 연인들의 ‘취향’으로서의 섹스를 포인트로 생각하여 작업했습니다.
검정 셔츠와 검정 란제리의 여자, 2021, marker, crayon on paper, 14.7x21cm
히프시그널, 2018, crayon on paper, 114.7x10.5cm
Q. 예술가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 작품을 관람하는 동안에는 잠시나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와 좋았던 사랑의 순간들의 기억들을 떠올리는 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술은 무엇인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람자의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지에 대해 최근에 자주 생각해보았습니다. 나는 작가로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까에 대해서도 항상 고민하는 지점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의 세계 또는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고유하게 표현하고 관객은 그것을 유추해 내는 것일 수 있지만, 그보다 좀 더 단순하고 직관적이지만 확실한 감정을 쉬운 방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점이 나의 작품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untitled, 2021, colorpencil on paper, 21x14.7cm
Q. 작업 활동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아트의 경계가 허물어진 만큼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트북에 대한 목마름도 있고, 최근에는 굿즈 브랜드를 새로이 론칭하게 되어서 사랑과 섹스를 주제로 한 참신한 굿즈를 개발해보려 하고 있고요. 작업적으로는 재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쌓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Artist | Minzo King (@minzo.king)
Editor | bvoid (@the_bvoid)
이미지 제공: Minzo 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