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ROSCOPE l HAYDONNA "사소하고도 행복한 털복숭이들과의 일상"
2024 MESS:SEOUL에서 bvoid는 일러스트레이션, 회화, 공예 영역에서 떠오르는 예술가 7인을 소개합니다. 다채로운 작품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몰두하며 미술품 소장과 향유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과 함께 bvoid가 제시하는 유의미한 큐레이션을 경험해 보세요. 당신의 미술 취향을 '디깅'할 수 있는 두 번째 아티스트, 하이다나 작가를 소개합니다.
Under Water I , 2022, Giclee print on fine paper, 100x93cm
“나의 창작은 털복숭이 친구들이 나와 함께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하이다나 작가는 작업을 위해 함께 살고 있는 5살, 7살 털복숭이 두 마리를 모티브로 선택하여 마치 복슬복슬한 촉감이 느껴지는 귀여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그녀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된 검은 선과 대담한 컬러 블록으로 구성된 심플한 드로잉은 화려한 움직임을 그대로 포착하고 있으며 마치 관객이 그 순간을 함께하는 것 처럼 매우 사소하고도 행복한 털복숭이들과의 일상을 담아냅니다. 그림 속에 살아 숨 쉬는 털복숭이들의 모습은, 단순한 묘사가 아닌 작가에게 주는 예술적 영감의 산물이고 그들의 생명력과 감정은작가의 예술적 감각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키게 합니다.
Q. 간단한 작품 제작 과정 설명 부탁드려요.
저는 주로 아이패드를 사용해 순간을 기록하는데, 특별히 스케치라는 과정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크로키처럼 빠르고 즉각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며, 그 순간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 방식은 그때의 느낌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어, 직관적으로 그때 그때의 분위기를 반영하기에 좋습니다. 이후, 아이패드에서 작업한 그림을 어떤 재료로 표현할지 결정하는데, 실크스크린이나 지클리 프린팅 부터 파스텔, 아크릴 페인팅, 오일 페인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최종 작품을 완성합니다.
Q. 작가님께서 사용하시는 재료가 무엇인지, 또 그 재료의 특성이나 기법에 대한 작가님의 소견이 있다면?
저는 주로 과슈나 아크릴을 사용하고, 여기에 매트 미디움을 섞어 작업합니다. 이 매트 미디움은 작품이 반짝이지 않고 매트하게 표현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평면적이고 그래픽적인 표현을 좋아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풍부한 털복숭이 친구들의 질감을 그림에서는 최대한 단순하고 심플하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이런 방식은 그들의 본질을 담아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표현 속에서도 그들이 가진 생명력과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기를 바라며 작업을 합니다.
또한, 제가 자주 사용하는 다른 표현 방식으로는 실크스크린과 지클리 프린팅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기법 역시 평면적이고 간결한 표현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좋아하는데요. 복잡한 디테일을 배제하고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하는 이 기법들은, 제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과 그래픽적 스타일과 잘 어우러집니다.
저는 큰 면적의 컬러 블록들이 배치된 사이에 역동적인 선이 지나갈 때, 비로소 공간감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불필요한 요소들을 굳이 넣고 싶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단순한 구성 속에서 그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하며, 그 자체로 완성된 표현이라고 느낍니다.
Burger, 2022, Acrylic on canvas, 130x130cm
Q. 이번 출품 작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번에 출품한 작품 중 하나는 푸른 계열의 거대한 컬러 블록들 사이에 간결하게 표현된 털복숭이와 햄버거가 주를 이룹니다. 이 작업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큰 면적의 컬러 블록들 사이에 있는 단순한 형태들이 공간감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입니다. 특히 털복숭는 아주 심플하게 버거위에 포개어져 표현되었는데, 이 간결한 표현이 오히려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내며, 작품에 역동성을 더해줍니다. 햄버거를 푸른 계열로 그린 이유는 제가 작업에서 블루를 자주 사용하는데, 저에게 있어 블루는 따뜻함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블루는 일반적으로 차가운 느낌을 주지만, 제 작품에서는 그 반대로 따뜻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블루 햄버거와 따뜻한 햄버거의 조합은 겉보기에는 모순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차가운 표면 아래 숨겨진 따뜻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블루라는 차가운 색조 속에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내어, 관객이 그 이중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했죠. 이 작품은 차가운 색감과 따뜻한 버거의 이미지를 서로 포개어, 감정의 멀티플 레이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따뜻한 이야기가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길 바라며 작품을 완성시켰습니다. 또한 이 작품이 이렇게 큰 크기로 표현된 이유는, 작품이 관객에게 포근하고 커다란 존재로 다가가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림 속의 거대한 요소들이 관객에게 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더 가까이 느껴지기를 원했습니다. 큰 크기와 단순한 구성이 관객을 감싸는 듯한 따뜻함을 전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작업했습니다.
Under Water II, 2022, Giclee print on fine paper, 100x93cm
Q. 작가님의 작업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작품에 내가 의도하지 않은 멋진 말들을 담지 않으려 합니다. 그럴싸한 말이나 있어 보이는 설명으로 작품을 포장하고 싶지 않아요. 제 작업은 제가 영감을 받은 털복숭이 친구들의 모습과 그들이 표현하는 감정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물론 그 안에는 제가 작업할 당시의 감정이나 상태도 자연스럽게 담기겠죠.
Q. 예술가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작품을 통해 가장 전달하고 싶은 것은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제가 받은 그 사랑에 보답하듯, 그 감정을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하고 싶어요. 그리고 때로는 약간의 위트가 더해져, 보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작업 활동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는 선에 대한 표현 방식을 더 다양하게 연구해보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더 역동적인 선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선에 움직임이 많이 담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하면 단순한 컬러와 매트한 표현과 대조를 이루며, 작품에 더욱 다양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rtist | HAYDONNA (@haydonna_art)
Editor | bvoid (@the_bvoid)
이미지 제공: HAYDON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