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 where - Refresh
" 7인의 예술가의 휴식과 영감을 얻는 장소를 소개한다."
© sunhotan
언젠가부터 CD가 천천히 사장되고
LP 문화가 점차 영향력을 늘려 갈 때쯤
서울 안에 LP 바들이 점차 생기던 걸 기억한다.
LP 바 하면 우리 부모님 세대들의 젊은 시절 속
존재하는 DJ가 MC를 겸하던 형태의
올드한 느낌을 떠올리곤 했었는데,
코로나 시국 이후 혹은 그 직전에
생기던 BAR 들은 각자 취향 속 내 멋을 배로
취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 같은 느낌이랄까?
곳곳에서 은은하게 느낄 수 있는 전반적인
서브컬쳐에 대한 리스펙과 주말 저녁 DJ들의
LP Playing을 볼 수 있는 곳
90년대 알앤비 슬로우잼 부터
2000년대 2010년대 힙합까지의
매끄러움은 덤이다.
© doezny
영감을 얻는 장소는 거리예요.
거리의 벽들과 간판, 표지판 등
맨홀 뚜껑의 패턴에서도 영감을 얻어요.
반대로 쉬는 곳은 거리가 보이지 않는 곳이에요.
휴양지를 가거나 자연을 주로 보러 가는 장소에서
안정을 찾아요. 두 곳 다 저에겐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쉬는 곳에서는 일상에서 바쁘게 느껴왔던
아이디어를 더하거나 덜어내는 과정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 abang
서울의 바이브가 가득 느껴지는 망원동
번화한 거리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술 파는 카페입니다.
사장님이 직접 만든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커피로 만든 술을 마시며 멍때리면 잠시 유럽에
있는 기분이 들어서 자유로워요.
© 정지은
조선시대 궁궐 생활과 복식, 문화 등을
알 수 있는 조선 왕실 상설전에 최근 두 번을 방문했다.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디테일한
설명이 적힌 캡션을 읽다 보면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난다.
조선 왕실을 상세하게 엿볼 수 있다.
방대한 양의 사진을 찍어 온 덕분에
춘화 작업에 도움이 된다.
© minison
비가 오지 않는 이상 거의 매일 홍제천에서
망원 한강공원의 길을 따릉이를 타고 달린다.
주로 밤에 나가는데,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자유롭게 하는
시간이자 나 자신을 해방해주는 시간이다.
나를 재충전해주고,
자연 속에서 영감을 얻고,
숨 쉬게 해주는 공간이다.
© shunita
주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길 즐기지만,
작업이 잘 풀리지 않는 날 기분전환으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진하면서도 달콤한 에스프레소 메뉴를
찾으러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
© Luckxy
제가 영감을 얻고 휴식을 즐기는 곳은 신당이에요.
저는 현재 신당창작 아케이드 레지던스에
입주해 있습니다.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신당 중앙시장 지하에 있는데,
시장에는 장을 보러 온 주민들과 핫한 식당에
놀러 온 젊은이들로 북적여요.
대부분 작업실에 있어서 따로 카페에
가거나 여행을 가는 편은 아니에요.
그 대신 작업을 하다가 틈틈이
근처 핫한 술집에 갑니다.
아니면 밖에서 먹거리와 술을 사 와서
작업실에서 먹기도 하구요.
작업을 다 끝내고 레지던스에 입주해 있는
다른 작가님들과 반주를 하거나 술을 먹으면서
힘을 많이 받아요. 작년에 혼자 작업실을
쓸 때는 고독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는데,
레지던스에 들어와서 다양한 장르의
작가님들과 교류하다 보니까,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얻었어요.
개성이 강한 작가들이 모여있어서
얘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작업을 다시 돌아볼 수 있기도 하고요.
옆방에서 또 다른 작가가 열심히
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된다고 느껴요.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과
시간을 걸고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은 자극을
받아 열심히 살게 됩니다.
그리고 북적거리는 신당 중앙시장이 좋은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과감한 패션을 보면서 영감을 얻기도 하고요.
제가 모르고 살았던 삶의 다양성을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사람이 있는
신당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행운입니다.